SHERPA MAGAZINE · 제1호
요가·명상
삼 분, 그 짧은 틈
벗셰르파 편집부· 2026.09.04
수련이 끝나고 매트를 개는 사이, 사람들의 손이 거의 동시에 한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가방 옆주머니, 혹은 매트 끝에 엎어둔 핸드폰 쪽으로요. 방금까지 숨을 세던 손입니다.
그 사이가 대개 삼 분쯤 됩니다.
삼 분은 아무것도 아닌 시간처럼 보입니다
삼 분으로는 책 한 장을 제대로 읽기 어렵고, 밥을 짓기도 어렵고, 어디로 이동하기도 애매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삼 분을 대개 '메우는' 시간으로 씁니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물이 끓기를 기다리며 화면을 켭니다. 채워졌지만 지나고 나면 무엇으로 채웠는지 기억나지 않는 시간이지요.
그런데 몸의 입장에서 삼 분은 꽤 긴 시간입니다. 숨을 열 번 정도 천천히 들이쉬고 내쉴 수 있고, 어깨가 귀 쪽으로 올라가 있었다는 걸 알아차리기에도, 그걸 내려놓기에도 충분합니다. 짧다고 느껴지는 건 시간의 길이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그 시간에 무엇을 기대하느냐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해볼 수 있는 삼 분
수련실에서 자주 하는 방식을 그대로 옮겨 적습니다. 앉아서도, 서서도, 버스를 기다리며도 됩니다.
- 자리를 잡습니다. 앉아 있다면 엉덩이 아래 두 뼈가 바닥에 닿는 감각을 찾습니다. 서 있다면 발바닥 네 귀퉁이에 무게를 고르게 나눕니다. 삼십 초.
- 숨을 세지 말고 그냥 봅니다. 고치려 하지 말고, 지금 숨이 얕은지 깊은지, 빠른지 느린지만 알아차립니다. 삼십 초.
- 내쉬는 숨을 조금 길게 합니다. 들이쉬는 숨은 그대로 두고 내쉬는 쪽만 조금 늘립니다. 열 번쯤. 대략 일 분 반.
- 어깨를 한 번 확인합니다. 올라가 있으면 내리고, 턱에 힘이 들어가 있으면 풉니다. 삼십 초.
끝나고 나면 대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극적인 변화를 기대하면 실망하기 쉽습니다. 다만 삼 분 전과 지금의 어깨 위치가 다르다는 것 정도는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잘 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몸 상태는 날마다 다릅니다. 잠을 못 잔 날에는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버거울 수 있고, 허리가 불편한 날에는 앉는 대신 서서 하거나 벽에 기대는 편이 낫습니다. 통증이 있다면 참지 마세요. 참는 것은 수련이 아닙니다.
삼 분이 길게 느껴지는 날도 있습니다. 그런 날은 일 분만 해도 됩니다. 하다 말았다는 기분이 들면 그것대로 두면 됩니다.
채우지 않는 연습
우리가 삼 분을 화면으로 채우는 건 게을러서가 아니라, 비어 있는 시간을 견디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기 때문일 겁니다. 무언가 하고 있지 않으면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으니까요.
그래서 이 삼 분은 무언가를 더 하자는 제안이 아닙니다. 하루에 한 번쯤은 채우지 않은 채로 지나가 보자는 쪽에 가깝습니다.
다음에 손이 주머니로 갈 때, 삼 분만 먼저 숨을 쉬어보시면 어떨까요.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왜 마음챙김 명상인가?』 — 존 카밧진 (불광출판사)
댓글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읽어주신 마음이 큰 힘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