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르파 요가

SHERPA MAGAZINE · 제1호

문학

자기 책을 자기가 옮긴 사람

벗셰르파 편집부· 2026.09.04

지금은 서점 어느 매대에나 있는 책입니다. 65개 언어로 옮겨졌고, 읽지 않았어도 제목은 아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데 『사피엔스』가 처음부터 그런 책이었던 건 아닙니다.

히브리어로 쓴 책

유발 하라리는 2011년 이스라엘에서 히브리어로 이 책을 냈습니다. 히브리어를 읽는 사람은 전 세계에 수백만 명 수준입니다. 어떤 책이 거기서 아무리 좋은 평가를 받는다 해도, 그 밖으로 나가지 못하면 없는 책이 됩니다.

그다음에 그가 한 일이 이 이야기의 핵심입니다. 2012년, 하라리는 자기 책을 직접 영어로 옮겨 『From Animals Into Gods』라는 제목으로 자비출판합니다.

자기가 쓴 걸 자기가 번역해서 자기 돈으로 낸 겁니다.

그리고 2년 뒤

정식 영어판은 2014년에 나옵니다. 번역은 이번에도 저자 본인이 두 사람의 도움을 받아 진행했습니다. 히브리어판으로부터 3년이 지난 뒤였습니다.

그런데 정식 출간 직후에도 이 책은 조용했습니다. 주요 매체의 서평이 거의 없었습니다. 평단이 이 책을 발견해서 유명해진 게 아니라, 독자들이 서로에게 권하면서 천천히 퍼졌습니다.

쓰기 시작한 때부터 세계적으로 읽힐 때까지, 사이에 몇 해가 있었던 셈입니다.

오해하기 쉬운 대목

이 일화는 종종 이렇게 전해집니다. "거절당하고 거절당하다 마침내 성공했다."

확인해 보면 출판사들에게 줄줄이 거절당했다는 서사를 뒷받침할 근거는 찾기 어렵습니다. 그보다 분명한 건 다른 쪽입니다. 누가 알아주기를 기다리는 대신 자기 책을 닿게 하는 일을 자기가 했다는 것입니다.

거절과 인정은 드라마틱하지만, 실제로 일을 진행시킨 건 그런 것들이 아니었습니다. 번역을 했고, 파일을 올렸고, 그 상태로 몇 해를 기다렸습니다. 별로 빛나지 않는 일들입니다.

있는 자리에서 한 걸음

무언가를 만들어 놓고 누가 봐주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글을 썼지만 보여주지 못한 채 들여다보기만 하는 날들이요.

하라리의 선택이 말해주는 건 간단합니다. 완성된 책은 이미 있었고, 모자란 것은 읽힐 수 있는 언어뿐이었습니다. 그래서 그것부터 메운 겁니다.

지금 들고 있는 일에서, 다른 사람의 허락 없이도 할 수 있는 다음 한 걸음은 무엇일까요.

오래 걸릴 겁니다. 그건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사피엔스』 — 유발 하라리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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