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RPA MAGAZINE · 제2호
벗셰르파 소식
여름 세 번, 나란히 앉아 읽었습니다 — 리딩리듬 1–3회
벗셰르파 편집부· 2026.09.25

유리문 너머로 사람들이 각자 책을 펼치고 앉아 있습니다. 말은 없습니다. 밝은 창밖을 등지고 몇이 한쪽으로 고개를 숙였고, 벽에는 손글씨가 적힌 종이들이 붙어 있습니다. 큰 화분 잎사귀가 그 앞을 가립니다.
8월 29일, 리딩리듬 3회차의 장면입니다. 여름이 시작될 무렵 처음 열었으니, 세 번째로 여름을 건너온 셈입니다.

뉴욕에서 청사포로
리딩리듬(Reading Rhythms)은 뉴욕에서 시작된 독서 파티입니다. 같은 책을 읽지도, 발표를 준비하지도 않습니다. 각자 원하는 책을 들고 모여 읽고, 짧게 나눕니다.
그걸 청사포로 불러오면서 한 가지를 더했습니다. 읽기 전에 호흡 명상을 합니다. 수련실에서 매일 하던 것을 책을 펼치기 전에 하는 것뿐입니다. 다만 그 몇 분이 뒤에 오는 시간을 꽤 바꿔 놓습니다.
1회 — 처음 모인 날
첫 모임은 6월 20일이었습니다.
끝나고 받은 설문에서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8이었습니다. 가장 좋았던 것으로 열에 여덟 가까이가 "공간·분위기"를 꼽으셨습니다. 바다가 보이는 창가, 낮은 조도, 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프로그램보다 그 자리 자체가 먼저 좋았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날 나온 단어들은 이랬습니다.
현존 · 리듬 · 알아차림 · 풍요로운 고요
독서모임에서 잘 나오지 않는 단어들입니다.
짧게 나눈 대화에서는 이런 문장도 나왔습니다.

"욕망하는 사랑과 다름을 인정하는 사랑"
"실패는 결과일 뿐 과정은 계속된다"
2회 — 하나씩만 더하기
두 번째부터는 매회 하나씩만 새로 더하기로 했습니다. 뼈대는 그대로 두고요.
2회에 더한 것은 두 가지였습니다.
눈을 감고 음악에만 온전히 집중하는 10분 명상과 음악,
Bill Evans / Evanscape 에 대한 감상, 그리고 셰르파 이현진 원장의 Speech.
3회 — 삼 분이 있다면
세 번째 모임에서는 이런 질문을 드렸습니다.
여러분에게 3분만 있다면 어떻게 시간을 보내시겠어요?
화면에 뜬 답들은 이랬습니다. 숨쉬기. 호흡하고. 가만히 있기. 노래. 흥얼흥얼. 책상정리.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며.
무엇을 더 하겠다는 답이 거의 없었습니다. 삼 분이 주어지면 사람들은 대개 덜어내는 쪽을 골랐습니다.

여름은 어떠셨냐고도 여쭈었습니다.
"기분좋아지는 땀을 많이 흘릴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독립과 새로운 시작!"
"나를 만나는 계기가 되어 더위도 잊을 수 있었음"
"땀 흘리고 수련하고 편안해지고"
"하루 하루, 진하고 선명한 여름이었습니다."
"너무 뜨거운 여름날씨 덕분에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원없이 마셨습니다"
올여름이 몇 도까지 올랐는지는 다들 아십니다. 그 여름을 두고 진하고 선명했다고 적은 분이 있었습니다.
다음에 더해달라고 하신 것
마지막으로 다음 회차에 무엇을 더하면 좋겠냐고 여쭈었더니,
답이 한쪽으로 모였습니다.
"잔잔한 음악이 계속 흐르거나, 사이 사이 신나는 음악이 임팩트 있게 나오면 좋겠어요"
"음악추천 한곡이라도"
"가사가 좋은 노래 소개해주시면 좋겠어요"
"사회자님도 좋은글 소개해주세요"
넷 중 셋이 음악 이야기였습니다. 1회 때 나온 키워드가 '리듬'이었던 것과 이어지는 대목입니다. 읽는 자리인데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은 소리 쪽이었습니다.
가을 회차부터 플레이리스트를 조금 더 공들여 짜고, 행사가 끝나면 공유하겠습니다.
세 번을 지나며
여름 시즌을 마치며 남은 것은 숫자보다 문장에 가깝습니다.
처음에는 뉴욕의 방식을 그대로 가져오는 게 맞나 싶었습니다. 세 번을 해보니 이곳에서 남는 것은 조금 달랐습니다. 사람들이 좋았다고 말한 것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말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었고, 기억한 단어는 현존과 고요였습니다.
가을에는 사색과 깊이 쪽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려 합니다. 여름의 '열림'에서 가을의 '안으로'.
각자의 책 한 권만 있으면 됩니다. 같은 책일 필요도, 다 읽고 오실 필요도 없습니다.
그럼 가을에, 나란히 앉아 뵙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