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르파 요가

SHERPA MAGAZINE · 제2호

인문·철학

산이 무너진 아침 — 네팔 대홍수와 더워지는 히말라야

벗셰르파 편집부· 2026.09.25

터널 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바위틈에서 스며 나오는 물을 받아 마시며, 그는 이틀이나 나흘쯤 지났다고 생각했습니다. 구조대가 그를 찾아냈을 때 열흘이 지나 있었습니다. 네팔의 한 수력발전소 터널에 갇혔던 서른 살의 산제이 샤가 로이터통신에 들려준 이야기입니다.

그가 갇힌 것은 8월 26일 아침이었습니다.

그날 아침에 일어난 일

현지 시각 8시 37분, 티베트와 맞닿은 네팔 북부의 산 랑탕 리룽 북사면, 해발 5,200미터 부근에서 얼음과 암반이 함께 무너졌습니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처음에 지진이 붕괴를 일으킨 것으로 보았다가, 관측된 진동이 붕괴 그 자체가 만들어낸 것이라고 판단을 바꿨습니다. 산이 무너지는 소리가 지진계에 잡힌 셈입니다.

무너진 얼음과 바위는 골짜기의 렌데강을 막았습니다. 막힌 물이 고였다가 터졌고, 그 물은 보테코시강을 거쳐 트리슐리강으로 쏟아졌습니다. 국제통합산악개발센터(ICIMOD)의 관측으로는 하류 갈치 지점에서 강물이 30분 만에 9미터 높아졌고, 말레쿠에서는 7미터 높아졌습니다. 토사와 바위가 섞인 흙탕물은 100킬로미터 가까이 내려갔습니다.

그날의 숫자와 오래된 추세의 숫자 — 트리슐리강 수위, 빙하 손실 속도, 2100년 전망
그날의 숫자와 오래된 추세의 숫자 — 트리슐리강 수위, 빙하 손실 속도, 2100년 전망

9월 7일 기준으로 네팔과 티베트를 합쳐 1,398명이 숨졌고, 5,515명이 실종 상태입니다. 실종자 가운데는 어퍼트리슐리-1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에 있던 한국인 아홉 명이 있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 직원 여섯 명과 한국남동발전 직원 세 명입니다. 한국 정부는 긴급구호대를 보냈고, 가족들의 요청으로 급경사 지대의 도보 수색이 시작됐습니다.

과학자들이 조심스럽게 말하는 것

이 재난을 지구 온난화 탓으로 바로 돌리는 것은 과학자들이 하지 않는 일입니다. ICIMOD의 연구자는 이번 홍수를 아직 온난화에 직접 귀속시킬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산이 무너지는 데에는 지형과 지질, 그해의 강수와 기온이 함께 작용하고, 그중 어느 것이 얼마나 기여했는지 가려내려면 시간이 걸립니다.

다만 과학자들이 가리키는 방향은 있습니다. 히말라야 높은 곳의 바위는 영구동토가 붙들고 있습니다. 얼어 있는 땅이 바위와 바위 사이를 접착제처럼 이어 주는 것입니다. 기온이 오르면 그 접착제가 약해집니다. 녹은 물이 바위 틈으로 스며들고, 오래 붙어 있던 것이 떨어집니다. 이번 붕괴를 두고 여러 연구자가 이 과정을 언급했습니다. 같은 강에서는 지난해에도 홍수가 났습니다.

과학자들이 분명하게 말하는 것

개별 사건과 달리, 추세에 대해서는 과학자들의 말이 분명합니다.

ICIMOD가 2023년에 낸 보고서에 따르면 힌두쿠시 히말라야의 빙하는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 동안, 그 전 10년보다 65퍼센트 빠르게 사라졌습니다. 지금의 배출 경로가 이어지면 2100년까지 현재 부피의 최대 80퍼센트를 잃을 수 있습니다. 이 산맥의 물에 기대어 사는 사람은 아시아에서 20억 명입니다. 터질 위험이 있다고 분류된 빙하호는 이 지역에 200개가 있습니다.

ICIMOD의 빙권 전문가는 이번 홍수 직후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얼음과 눈이 만드는 재해가 잦아지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눈에 보인다고요. 하나의 사건은 설명하기 어렵지만, 사건들이 늘어나는 것은 설명이 됩니다.

이름의 고향

우리 요가원과 출판사의 이름은 히말라야에서 왔습니다. 셰르파는 산 아래에서 짐을 나눠 지고 길을 아는 사람들의 이름입니다. 그 이름을 빌려 쓰는 우리에게 이번 일은 먼 나라의 뉴스로만 읽히지 않았습니다.

산이 무너진 아침, 그 산 아래 있던 사람들은 강가에 살고, 발전소를 짓고, 국경을 오가던 사람들이었습니다. 히말라야가 더워지는 것은 그들이 만든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무너진 산은 그들 위로 내려왔습니다.

기후 이야기가 어려운 것은 원인과 결과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부산에서 켠 에어컨과 랑탕의 영구동토 사이에는 직선이 그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선이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은 아닙니다. 과학자들이 조심스럽게 말하는 것과 분명하게 말하는 것 사이 어딘가에, 우리가 서 있는 자리가 있습니다.

열흘 동안 바위틈의 물로 버틴 사람이 있습니다. 그가 나온 세상이 그를 가둔 세상과 조금은 다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씁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기후 책』 — 그레타 툰베리 (김영사,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