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RPA MAGAZINE · 제2호
인문·철학
젖은 낙엽 — 집 안에서 혼자가 된 남자들, 우리는 어떤가
벗셰르파 편집부· 2026.09.25

비에 젖어 바닥에 붙은 낙엽은 빗자루로 쓸어도 잘 떨어지지 않습니다. 일본에서는 정년퇴직한 뒤 아내가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는 남편을 이렇게 불렀습니다. 젖은 낙엽, 누레오치바(濡れ落ち葉).
평론가 히구치 게이코가 1981년 신문 칼럼에서 소개했고, 1989년에는 그해의 신어·유행어 대상 표현상을 받았습니다. 비슷한 말은 더 있었습니다. 아내가 외출하려 하면 "나도(ワシも)" 하고 따라나서는 남편을 가리키는 '와시모족', 집에 있는 남편을 '대형 폐기물(粗大ゴミ)'에 빗댄 말까지. 웃자고 만든 말들이지만, 웃음 뒤에 있는 것은 한 사람이 집 안에서 갈 곳을 잃은 풍경입니다.
이름이 먼저 생긴 나라
일본은 이 풍경에 이름을 붙이는 데 빨랐습니다. 남편이 종일 집에 있게 되면서 아내가 앓는 증상을 의사 구로카와 노부오는 1991년에 '주인재택 스트레스 증후군'이라 이름 붙였고, 이 말은 영어권에 '은퇴 남편 증후군(retired husband syndrome)'으로 소개됐습니다. 경제학자 마르코 베르토니와 조르조 브루넬로는 일본 자료로 이것을 측정했습니다. 남편의 은퇴 기간이 한 해 늘어날 때마다 아내가 그 증상을 겪을 확률이 5.8~13.7퍼센트포인트 높아졌습니다.
아내 쪽이 아니라 남편 쪽을 보면 숫자는 더 조용해집니다. 일본 내각부가 2024년에 한 전국 조사에서 "곤란할 때 기댈 사람이 없다"는 응답은 모든 연령대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높았습니다. 50대 남성은 열 명 중 한 명 반이 그렇다고 답했고, 상담할 상대가 없다는 50대 남성도 18퍼센트가 넘었습니다. 60세 이상을 네 나라에서 비교한 조사에서는 "친한 친구가 없다"는 일본 노인이 31.3퍼센트였습니다. 미국은 14.2퍼센트, 독일은 13.5퍼센트, 스웨덴은 9.9퍼센트였습니다.
집 안에 머무는 일이 길어지면 이름이 또 바뀝니다. 내각부가 2018년 말에 처음 조사한 40~64세 '히키코모리'는 61만 3천 명으로 추정됐고, 그중 76.6퍼센트가 남성이었습니다. 집에 틀어박히게 된 계기로 가장 많이 꼽힌 것은 퇴직이었습니다.
그리고 결혼이 끝나기도 합니다. 2022년 일본에서 이혼한 부부 가운데 20년 넘게 함께 산 부부가 23.5퍼센트였습니다. 네 쌍 중 한 쌍이 넘고, 역대 가장 높은 비율입니다.
고립의 끝에서 세는 숫자
일본 경찰청은 2024년 한 해 동안 집에서 혼자 숨진 채 발견된 1인 가구 사망자를 7만 6천여 명으로 집계했습니다. 그해 경찰이 다룬 사망자 세 명 중 한 명이 넘습니다. 임대주택 보험 자료를 모아 만든 민간 보고서에서는 혼자 죽은 사람의 83퍼센트가 남성이었고, 남성의 평균 나이는 63.7세, 발견되기까지 평균 19일이 걸렸습니다.
일본이 이런 숫자를 세게 된 것은 그 전에 이름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젖은 낙엽에서 히키코모리까지, 집 안의 고립을 가리키는 말이 먼저 있었고, 그다음에 조사가 있었고, 그다음에 정책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어떤가
우리에게도 숫자는 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집계한 2024년 고독사는 3,924명으로 역대 가장 많았습니다. 그중 81.7퍼센트가 남성이었고, 50대와 60대가 62.9퍼센트를 차지했습니다. 2024년에 이혼한 부부 가운데 20년 이상 함께 산 부부는 36.2퍼센트였습니다. 1997년에는 9.8퍼센트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숫자가 하나 있습니다. 2025년 사회조사에서 "평소 외롭다"고 답한 사람은 38.2퍼센트였는데, 남성은 35.4퍼센트로 여성의 41.0퍼센트보다 낮았습니다. 남성은 덜 외롭다고 말하고, 더 많이 혼자 죽습니다.

이 간격이 우리 이야기의 핵심인지도 모릅니다. 외롭다고 말하지 않는 사람의 고립은 조사에 잡히지 않습니다. 집 안에 가족이 있으면 더 잡히지 않습니다. 같은 집에 살면서 하루에 몇 마디 나누지 않는 상태를 '고립'이라고 부르는 통계는 없습니다. 2023년 가족실태조사에서 가사노동을 아내가 전담한다는 응답은 73.3퍼센트였습니다. 집은 아내의 일터이고, 남편은 그 일터에 늦게 도착한 손님이 되기 쉽습니다.
우리에게는 아직 젖은 낙엽 같은 이름이 없습니다. 집에서 세 끼를 다 먹는 남편을 두고 '삼식이'라고 부르는 농담이 있을 뿐입니다. 농담은 이름이 아닙니다. 농담은 웃고 넘어가기 위한 것이고, 이름은 들여다보기 위한 것입니다.
집 안에서 혼자가 된다는 것
젖은 낙엽이라는 말이 처음 나왔을 때 그것은 아내들의 말이었습니다. 자기 시간을 잃은 여성들이 붙인 이름이었습니다. 30년이 지나 그 말은 다른 쪽을 비추기 시작했습니다. 낙엽 쪽에서 보면, 따라다니는 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것이 없는 사람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일에서 내려온 뒤 남는 것이 집뿐이고, 그 집에서 자기 자리가 손님 자리뿐이라면, 그 사람은 가족과 함께 살면서 혼자입니다. 이것은 일본 남자들의 이야기이면서 곧 우리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이름을 붙이는 대신 숫자로 먼저 만나고 있을 뿐입니다.
집으로 돌아가 문을 열었을 때, 당신은 오늘 누구와 몇 마디를 나누었나요.
함께 읽으면 좋은 책
『고립의 시대』 — 노리나 허츠 (웅진지식하우스, 20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