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르파 요가

SHERPA MAGAZINE · 제2호

인문·철학

엽서 한 장에 하루 — 파킨슨의 법칙과 타이머를 켜는 사람들

벗셰르파 편집부· 2026.09.25

한가한 노부인이 조카에게 엽서를 씁니다. 엽서를 찾는 데 한 시간, 안경을 찾는 데 또 한 시간, 주소를 찾는 데 삼십 분, 문장을 짓는 데 한 시간 십오 분, 우체통까지 우산을 가져갈지 말지 정하는 데 이십 분. 그렇게 하루가 갑니다. 바쁜 사람이라면 삼 분에 끝났을 일입니다.

1955년 11월, 영국 잡지 이코노미스트에 실린 글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글쓴이는 해군 역사학자 시릴 노스코트 파킨슨. 첫 문장은 이후 70년 동안 사무실 벽과 자기계발서와 회의실에서 수없이 되풀이됐습니다.

일은 그것을 끝내는 데 주어진 시간을 다 채울 때까지 늘어난다.

농담으로 쓴 법칙

파킨슨은 이것을 진지한 법칙으로 쓰지 않았습니다. 관료제를 비꼬는 풍자였습니다. 그가 든 증거는 영국 해군본부의 숫자였습니다. 1914년에서 1928년 사이 주력 함선은 62척에서 20척으로 줄고 장병은 14만 6천 명에서 10만 명으로 줄었는데, 해군본부의 관리는 2천 명에서 3천 5백여 명으로 늘었습니다. 배는 줄었는데 배를 관리하는 사람은 78퍼센트 늘어난 것입니다.

그는 이유를 두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관리는 경쟁자가 아니라 부하를 늘리고 싶어 한다. 그리고 관리들은 서로에게 일을 만들어 준다. 일이 늘어서 사람이 느는 게 아니라, 사람이 늘어서 일이 는다는 이야기입니다.

풍자로 쓴 글이 법칙이 된 것은 사람들이 그 문장에서 자기 책상을 보았기 때문일 겁니다. 마감이 일주일이면 일주일이 걸리고, 마감이 하루면 하루에 끝나는 경험을 누구나 갖고 있으니까요.

타이머를 켜는 사람들

그래서 요즘 사람들은 시간을 먼저 정합니다. 책상 위에 빨간 원판이 줄어드는 타이머를 놓고, 25분을 맞추고, 그 안에 끝냅니다.

빨간 원판 타이머는 1990년대에 미국의 한 주부가 만들었습니다. 잰 로저스는 시계를 읽지 못하는 네 살 딸에게 시간이 줄어드는 것을 보여주려고 종이접시 두 장을 겹쳐 첫 시제품을 만들었습니다. 남은 시간만큼 빨간 면이 보이고, 시간이 가면 빨간 면이 사라지는 방식입니다. 처음에는 특수교육 교사들이 썼고, 나중에는 실리콘밸리의 회의실로 갔습니다. 구글 벤처스 출신 제이크 냅이 『스프린트』에서 소개한 뒤 여러 회사가 회의 시간을 재는 데 썼습니다.

25분이라는 숫자는 이탈리아에서 왔습니다. 1980년대 말 대학생이던 프란체스코 치릴로는 토마토 모양의 주방 타이머를 25분에 맞추고 공부했습니다. 25분 집중, 5분 휴식, 네 번 반복하면 긴 휴식. 그가 뽀모도로라고 이름 붙인 이 방법은 지금 수많은 앱과 '스터디 위드 미' 영상의 뼈대가 됐습니다.

그리고 타임박싱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일에 시간을 주는 것이 아니라, 시간에 일을 넣는 방식입니다. 『트렌드 코리아 2024』가 분초사회라는 말로 짚었듯,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 쓰는 감각은 이미 우리 일상에 들어와 있습니다.

정말 효과가 있을까

스스로 정한 시간은 정말 일을 줄일까요. 2002년 행동경제학자 댄 애리얼리와 클라우스 베르텐브로흐는 이것을 실험했습니다. 참가자들에게 세 편의 교정 과제를 주고, 한 집단에는 마감을 하나만, 한 집단에는 고르게 나눈 마감을, 한 집단에는 스스로 마감을 정하게 했습니다. 사람들은 벌금이 걸려 있는데도 스스로 마감을 정했습니다. 자기 안의 미루는 버릇을 알고 있다는 뜻입니다. 스스로 정한 마감은 마감이 하나뿐일 때보다 나았지만, 밖에서 고르게 정해 준 마감만큼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솔직하게 적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 실험을 나중에 다른 연구자들이 그대로 반복했을 때는 세 집단의 차이가 뚜렷하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타이머와 마감이 효과가 있다는 느낌은 널리 공유되지만, 그것이 얼마나 큰 효과인지는 아직 실험이 서로 다른 답을 내놓고 있습니다.

뽀모도로 방식에 대해서는 2025년의 한 종합 검토가 정해진 간격으로 쉬는 것이 스스로 알아서 쉬는 것보다 집중을 유지하고 피로를 줄이는 데 낫다고 정리했습니다. 효과가 있다면 아마 25분이라는 숫자보다는, 끝이 보인다는 사실에 있을 것입니다.

시간에 끝을 그려 넣는 일

빨간 원판이 줄어드는 것을 보면 몸이 먼저 반응합니다. 끝이 보이면 사람은 시작합니다. 파킨슨의 노부인이 하루를 쓴 것은 게을러서가 아니라 끝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요가 수업이 한 시간인 것도 같은 이유일지 모릅니다. 끝이 정해져 있어서 그 안에서 몸을 다 씁니다. 끝이 없는 수련은 늘어지고, 늘어진 수련은 어디에도 닿지 못합니다.

그러니 타이머는 재촉하는 도구가 아니라 끝을 그려 주는 도구입니다. 오늘 하려는 일 하나에 끝을 그려 보시길. 25분이어도 좋고, 한 시간이어도 좋습니다. 그 안에서 일이 얼마나 작아지는지 지켜보는 것이 이 오래된 법칙을 읽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4000주』 — 올리버 버크먼, 이윤진 옮김 (21세기북스,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