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RPA MAGAZINE · 제2호
요가·명상
매미가 울고, 나는 들었습니다
셰르파 이현진· 2026.09.25

요가를 마치고 고요히 누워 쉬고 있었습니다.
몸은 움직임을 멈추었고, 호흡도 조금씩 잔잔해졌습니다.
그때 어디선가 매미 한 마리가 울기 시작했습니다.
잠시 그 소리를 가만히 들었습니다.
평소라면 지나쳤을 소리였습니다.
수많은 소리 중 하나였을 뿐이고, 그저 여름이면 들려오는 매미의 울음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새벽은 조금 다르게 들렸습니다.
‘내가 매미 소리를 듣고 있구나.’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자연의 소리를 듣는 것일까,
아니면 자연 속에 있는 내가 자연의 소리를 알아차리고 있는 것일까?
요가에서는 감각을, 바깥의 수많은 자극에 무작정 끌려가지 않도록 거두어들이는 것을 "프라티야하라"(pratyāhāra)라고 합니다.
프라티야하라는 단순히 눈을 감고 귀를 막는 것이 아닙니다.
세상과 단절하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감각을, 내가 선택하고 알아차릴 수 있는 상태로 되돌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감각이 고요해지면, 이전에는 들리지 않던 것들이 들리기 시작합니다.
매미의 울음도 그렇습니다.
매미가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매미는 그 자리에 계속 있었을 것입니다.
달라진 것은 매미가 아니라 나의 알아차림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이것이 요가의 신비로운 부분입니다.
우리는 수련을 하면서 세상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방식을 조금씩 바꾸어 갑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아주 작은 소리 하나가 의식의 중심에 들어옵니다.
그때 우리는 "다라나"(dhāraṇā)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다라나는 마음을 하나의 대상에 모으고 머무르게 하는 집중입니다.
매미 소리를 억지로 붙잡는 것이 아닙니다.
‘매미 소리를 들어야지’ 하고 애쓰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지금 들려오는 소리를 알아차리고,
그 소리에 잠시 마음을 머무르게 하는 것입니다.
매미의 소리가 들리고, 호흡이 들리고, 몸의 감각이 느껴지고,
그 모든 것을 알아차리는 내가 있습니다.
그 순간 나는, 매미와 떨어져 있는 관찰자가 아니라,
매미의 울음과 나의 의식이 하나의 순간을 함께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매미는 나를 위해 울지 않았습니다.
나 역시 매미에게 귀를 기울이려고 요가를 한 것이 아닙니다.
그저 매미는 자신의 생명으로 울었고, 나는 나의 생명으로 그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두 생명이 한순간 만났습니다.
저는 이것이 요가에서 말하는 "연결"의 아주 작은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요가가 ‘연결’이라면,
그 연결은 거창한 어떤 특별한 경험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호흡과 몸이 연결되고, 몸과 마음이 연결되고, 나와 타인이 연결되고,
그리고 어느 순간에는 나와 자연이 이미 연결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것.
그것이 요가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프라티야하라는 세상으로부터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자극에 끌려다니던 감각을 다시 나에게 돌려놓는 것이고,
다라나는 그렇게 깨어난 마음을
지금 이 순간 하나의 대상에 온전히 머무르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무엇이 올까요?
매미 소리가 더 이상 ‘내가 듣는 소리’가 아니라
그저 소리와 나의 경계가 잠시 느슨해지는 순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때 우리는 자연과 소통한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자연이 특별한 메시지를 보내주었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더 깊은 것은 이것인지도 모릅니다.
자연은 언제나 그곳에 있었고, 나는 잠시 멈추었으며,
그제야 우리가 이미 함께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
요가는 어쩌면 그런 알아차림을 연습하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매트 위에서 호흡을 알아차리고, 몸을 알아차리고, 마음을 알아차리고,
마침내 내가 살아가는 세계를 알아차리는 것.
그러니, 다음 수련을 마치고 잠시 쉬어보세요.
새가 울 수도 있고, 바람이 나뭇잎을 흔들 수도 있고,
자동차 소리가 들릴 수도 있고, 오늘처럼 매미 한 마리가 울 수도 있습니다.
그 소리를 좋다, 싫다 판단하지 말고 잠시 그대로 들어보세요.
그리고 이렇게 물어보세요.
“나는 지금 자연의 소리를 듣고 있는가? 아니면 자연 속에 있는 나를 알아차리고 있는가?”
어쩌면 그 질문을 던지는 순간, 우리는 이미 요가를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요가는 세상과 하나가 되기 위해 떠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하나였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위해 잠시 멈추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셰르파 이현진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요가 매트 위의 명상』 — 롤프 게이츠 (원제 Meditations from the Mat)
